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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잠복근무> 김선아 - 진심은 내 영화의 힘

2005.03.11 16:14
| 김규한 기자
asura78@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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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버튼을 클릭하시면 <잠복근무>의 주연배우 김선아의 인터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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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4년, 김선아는 짧은 기간에 무려 일곱 편의 작품(카메오로 출연한 <황산벌> 포함)에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스크린 데뷔 4년 만에 홀로 작품 전체를 온전히 떠받칠 정도로 강한 이미지를 구축한 그녀에게 '연기'라는 존재는 삶의 버팀목이었다.

'언제나 노력하는 배우' 김선아를 향한 칭찬은 인색하지 않아도 좋다. 또한 그녀 앞에 쏟아진 각종 미디어의 '미사여구'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필요가 없다. 정말로 그녀는 죽는 순간까지 연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할 배우이기 때문이다. "현재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건 사실이에요. 오른쪽 골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소리 없는 아우성을 외치고 있고요. 하지만 병원에 갈 시간이 없으니 치료는 언제나 뒷전이 돼요."

<잠복근무> 촬영이 들어가기 전부터 '여형사'로 살았으니, 정상적인 생체 리듬이 안 깨질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그녀의 생활신조는 'Don't Worry, be happy'다. 평생 동반자로 한국영화를 선택한 그녀가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감독 영순위로 꼽은 사람은 장준환. '내 인생의 영화'로 주저없이 선택할 만큼 <지구를 지켜라!>를 너무나 좋게 본 탓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장준환 감독님의 영화에 저의 이름 석자를 걸고 싶어요. 얼마 전 장준환 감독님의 단편영화(<털>)에 우정 출연을 하긴 했는데 그것만 가지고는 성이 차지 않았거든요."

누가 봐도 <잠복근무>는 김선아에게 안성맞춤인 영화였다. 지금까지 김선아에게 맡겨진 역할들을 굳이 떠올릴 필요도 없다. 자신만을 위한 영화가 있다는 것이 배우에게는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김선아는 확실히 자신만의 고유영역에서 더 강한 빛을 내는 배우다. 스크린을 꽉 채우는 카리스마와 영화를 떠받치는 존재감, 흥행 파워에서 김선아를 따라올 여배우는 현재 충무로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그녀를 흥분시키는 건 배우로서의 성공이 아니라, '작품' 그 자체인 듯하다.

김선아는 이때까지 출연한 영화에서 과장되게 만들어진 이미지보다는 소탈하고 솔직한 생활 연기를 선호했다. 그래서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입가에는 미소가 마음은 난로처럼 따뜻해진다. "오로지 웃기기 위한 코믹연기는 좋은 연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라는 그녀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김선아가 출연한 영화에는 공허한 웃음이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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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는 웃긴다. 그게 전부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잠복근무>에서 김선아의 연기엔 웃긴다는 것 이상의 행보가 담겨있다. 그 동안 쌓은 나름의 노하우만큼 연기력을 검증 받은 김선아는 '어떤 작품을 해도' 물이 오를 만큼 오른 연기를 자유자재로 펼쳐냈다. 관객들은 그녀의 연기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고, 절대로 '의문표'나 '토씨'를 달지 않았다.

그녀는 과장된 몸동작이나 말장난 없이, 수많은 감정이 차곡차곡 담긴 표정만으로도 웃음의 묘미를 관객들의 가슴 속에 깊숙이 전달해내는 재주를 지녔다. 그래서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김선아의 연기에 관객들은 호감을 표시했다. 그런 그녀가 배우의 길을 걷지 않고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영화를 보면서 웃는 것에 대해 야박해 졌을 지도 모른다.

"배우가 되지 않았더라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은 저에게는 무리였어요. 더 늦기 전에 피아니스트의 삶과 배우의 삶 중 하나를 택해야만 했죠. 전자를 버리고 후자를 선택한 저의 결정이 옳았는지는 관객들 몫으로 남겨두고 싶어요."

<퇴마록>, <마들렌>의 박광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잠복근무>는 증인의 신변확보를 위해 고등학교로 위장 잠입한 여형사의 활약을 그린 영화. 97년 SBS TV 드라마 <승부사>와 스크린 데뷔작 <예스터데이>에 이어 <잠복근무>에서도 여형사 역할을 맡게 된 그녀의 감회는 남다를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아직도 부족한 면이 많이 보인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면서도 좋은 경험이었고 그때 이 작품을 거절하지 않고 출연에 응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털어놓는다.

"'처음에는 박광춘 감독님이 액션 코미디를?' 하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저도 그 중의 한 명이었고요. 사실 감독님의 전작들이 코미디 장르하고는 다소 거리가 있잖아요. 하지만 직접 만나서 대화의 시간을 갖게 되면 그건 단지 선입견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돼요. 얼마나 박광춘 감독님이 유머러스한데요. 또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꼼꼼한 면도 가지고 있어요. 현장을 아우르는 카리스마는 옵션이고요.(웃음)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감독님의 스타일에 완전히 적응하고 나서는 더할나위 없이 편했어요. 물론 시나리오 상에 나와 있지도 않은 다리 찢기 같은 것을 요구하셨을 때는 원망스럽기도 했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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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수영 선수로 활동했을 정도로 운동 신경이 발달된 그녀였지만 <잠복근무> 촬영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스스로 초래한 결과라는 사실. 다른 여배우라면 ‘대역을 쓰면 될 것 아니에요’ 라고 말했을 위험천만한 장면들도 직접 소화해낸 그녀의 프로정신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는데 한몫 거들었다. 눈썰미가 있는 사람만 ‘대역인지 연기자가 했는지’ 눈치 챌 수 있는 장면들에서도 그녀는 대역 쓰기를 한사코 거절했다.

"매사에 욕심이 많은 탓이죠. 어느 정도 할 수 있겠다 하는 장면들은 웬만하면 다 하긴 했었는데 뭐가 정답인지는 모르겠어요. 대역을 써서 좀 더 나은 액션 장면을 얻어내는 것이 맞는 건지,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대역을 쓰는 것이 맞는 건지, 욕심을 부려서 직접 하는 것이 맞는 건지. 그렇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대역을 쓰지 않고 배우가 직접 촬영을 끝냈을 때 갖게 되는 만족감과 뿌듯함이 그 반대의 경우 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이에요."

실제 생활에서도 '필'이 꽂히면 안 하고는 못 배기는 성격을 가진 탓에, 그녀는 '좋은 시나리오'만 눈에 띄면 물불을 안 가리고 달려들었다. 데뷔하고 나서 한 번도 브라운관과 스크린 밖의 세상으로 세 달 이상의 외도를 하지 않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작품 편수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그렇지만 시나리오에 대한 욕심은 누구보다 커요. 시나리오를 보고 '꽂히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하고 넘어가야 할 정도로요. 평상시 생활신조도 영화를 고르는 안목과 비슷해서 애로사항이 많죠. 달콤한 휴식을 택하기 보다는 쉬지 않고 작품 활동에 매진하다 보니 몸 상태가 말이 아니고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제가 좋아서 선택한 일인 걸요.(웃음)"

김선아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의 9할은 코미디, 그리고 나머지 1할은 그녀가 한 번도 도전해 본 적이 없는 장르로 채워져있다. 아마 배우라면 코미디라는 한 우물에서 놀기 보다는 다양한 우물에서 놀기를 스스로도 원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그녀는 조급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잠복근무>는 ‘그냥 코미디’가 아닌 ‘액션’이 가미된 ‘코미디’라며 자신의 전작과는 느낌이 확연히 다를 것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앞으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코미디만 고집할 생각은 절대 없어요. 그 1할 중에 저에게 ‘필’을 준 시나리오가 여태까지 없어서 비슷한 장르영화에 연이어 출연한 것뿐이에요.” 그러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과는 180도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작품을 선택했다가 낭패를 보고 싶지는 않아요. 관객들 마음만큼 요지경인 곳은 없으니까요. 계속 해서 비슷한 역할만 한다고 흉보고, 새로운 역할에 도전했는데 영 아닌 것 같다며 흉보고. 그런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저와 궁합이 맞는 시나리오를 찾는 것이 우선 아니겠어요. 장르가 코미디가 되었든, 다른 것이 되었든 간에 말이에요.

그녀가 활달하고 꾸밈없는 성격 덕분에 어디를 가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김선아는 동료 연예인들 사이에서 의리 있고 좋은 친구로 통한다. 심지어 그녀는 한 작품을 끝낼 때마다 동고동락한 모든 스탭들에게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을 건넬 정도로 열성파(?)다.

"'저를 꼭 기억해 주세요'라는 의미에서 주는 선물이 절대 아니에요. 같이 작업을 함께 한 스탭들에 대한 고마움의 작은 표시죠." 다른 배우라면 '그런 것까지 굳이 해야 되나요' 라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그녀의 생각은 단호하다. 그렇지만 자신 또한 사람인지라 매번 그 힘든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속내를 살짝 털어놓기도 한다. "저도 사람인지라 무조건 영화 끝났다고 그 힘든 일을 매번 할 순 없어요. 그러나 촬영장의 분위기가 좋으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버려요. 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요. 그런데 시간이 흘려 나중에 이런 말을 들으면 난처해질 것 같아요 '촬영장 분위기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김선아가 이제 더 이상 스탭들에게 선물 줄 마음이 없더라. 변한 것 같다'는 소리."

김선아의 투혼이 돋보이는 <잠복근무>는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서 액션을 버무렸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영화의 단점들은 김선아의 연기로 인해 희석되고, 중반이 되면 그것이 존재했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 된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또 김선아 표 코미디 영화 아니야"라고 실망하는 관객들을 위해 회심의 카드를 날리는 장면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적실 정도로 강렬하다. 더욱이 한국 영화에서 한 번도 '중심 소재거리'로 사용된 적이 없는 여성 '리얼 액션'이 영화의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자신과 인터뷰를 한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의 속살까지 기억할 정도로 그녀는 자신이 찍은 작품에 대해서는 죽을 때까지 책임을 질 배우였다. 심지어 그녀는 아직도 인터넷 게시판을 떠돌아다니며 자신이 출연한 전작들의 영화평을 훑어보고 있었다. 인터뷰 때마다 속을 썩이는 일부 배우들과 달리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알리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대해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작품을 알리는데 열과 성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에는 '진정한' 프로의 자세가 묻어나 있었다. 정당한 비판이라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연기에 반영하는 그녀의 연기관을 굳이 거기에 덧붙이지 않아도 말이다.

김규한 기자 asura78@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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