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 채소라 기자] 주지훈의 말에는 동물적인 감각이 느껴진다. ‘암수살인’에서 그는 맹연습으로 갈고 닦아, 그 감각을 통해 완벽한 부산 사투리 연기를 구사해낸다. 그리고 ‘암수살인’이 처음 공개된 후, 주지훈이 생동감 넘치는 그의 언어로 촬영 후일담을 전했다.
# 비포장 도로 같은 인물, 기대 반 우려 반
“이야기 자체는 새로웠는데, 강태오 캐릭터가 비포장 도로처럼 울퉁불퉁하잖아요. 캐릭터의 기복을 크게 표현하는 캐릭터를 되게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같은 이유로 걱정됐죠. ‘잘할 수 있을까? 그렇게 표현했을 때 보는 관객도 잘 받아들여 주실까.’ 그러다 김윤석 선배님 캐스팅 소식을 듣고 되게 큰 힘이 됐습니다. 선배님이 계시면 의지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 스스로 무덤 파고 들어갔다
“저는 스스로 무덤 파는 스타일인가 봐요. ‘암수살인’ 하기로 해서 신났던 이유는 사투리예요. ‘와, 나도 제대로 된 사투리 한다!’ 하면서 신났었어요. 큰 실수였죠.(웃음) 사투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어려웠어요. 제가 제 발목 잡았죠. 많은 시도를 했어요. 개인적으로 대본에 메모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대사에 성조나 점자처럼 표시해서 한 글자씩 나눠봤어요. 경상도 사투리는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요. 온 국민이 심판자라서.”
# 녹음테이프, 사투리, 성공적
“사투리 선생님이 돼 주신 곽경택 감독님이 녹음기와 테이프를 추천해주셨어요. 감독님이 사투리를 녹음해 준 테이프를 혼자 다섯, 여섯 시간 듣고 다녔어요. 까만 마스크 쓰고 청담동 거리를 계속 다니면서 연습했죠. 익숙해지니까 굉장히 직관적이더라고요. 이 사람의 감각이라는 게,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 흐트러지잖아요. 녹음기는 손에 딱 들고 익숙해지면, 되감기 버튼 ‘드르륵’ 하면 딱 들으려는 지점이 나와요. 굳이 공부하듯이 앉아서 안 해도 되고요. 좋아하는 일이랑 접목할 수 있더라고요. 걷거나 운동하면서 계속 중얼중얼 연습했어요.”
# 몸에 찬물 붓기 전, 딱 그 기분
“‘공작’과 ‘암수살인’ 모두 심리전이라고 하지만, 결이 달라요. 말로 어떻게 설명하나 싶은데, 일단 ‘공작’은 촬영하러 가는 길이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끝나며 ‘허어억~’ 하고 온몸에 힘이 다 풀려요. ‘암수살인’은 촬영장도 가기 싫어요. 마치 찬물샤워하기 전에 고뇌하는 기분? 그런데 막상 가면 재밌어요. 집중하면 막 신나서 뛰어놀게 돼요. 가기 전까지만 너무 스트레스가 막 쌓였죠. 그런 차이가 있어요. 정확히 표현하고 싶은데 안 되네요. 더 공부를 해보겠습니다.”
# 저도 ‘부끄부끄’합니다
“여행 자주 다녀요. 국내에서는 ‘신경 안 써. 알아봐 주시니 감사하지’ 생각하고 카페에 앉아 있어도 ‘인사를 해야 하나?’ 고민하게 돼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자기 보는 줄 아나 봐’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잖아요. 저도 창피해한단 말이에요. 산만해지고요. 해외 나가면 의식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온전하게 내 생각을 할 수가 있죠. 또 해외에서 만난 한국인 분들은 ‘당신의 여행을 즐기세요’ 하듯이 나이스하고 가볍게 인사해주셔서 좋아요.”
# 하정우와 걷다가 물집 잡힌 사연
“하루에 7~8시간 걷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말을 하고 하정우 형에게 딱 걸렸죠. (하)정우 형은 50분 걷고 10분 씩 쉬어요. 저는 친구들이랑 20분 걷다가 카페에 가고 혹은 미술관 같은 곳에서도 걸어다니면서 쉬거든요. 제 말은, 한 번 밖으로 나가서 차를 타지 않고 7시간 정도 걷는다는 뜻이었어요. 한 번 하정우 형과 걷다가 발에 물집 잡혀 죽는 줄 알았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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