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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그 ‘님’ 찾기(52) 장선 |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이승원 감독의 <소통과 거짓말>은 자신의 몸을 함부로 내던지며 살아가는 여자(장선)와 자신의 언어들로 세상에 외치는 남자(김권후)의 짧은 여행을 다룬 영화다. 배우 장선은 올해 열린 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ACTRESS OF THE YEAR)을 수상했다. 사진 무브먼트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발견된 후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홍콩국제영화제, 부에노스아이레스국제영화제 등 전 세계 영화제를 놀라게 만든 이승원 감독의 장편 <소통과 거짓말>과 <해피뻐스데이>가 동시 개봉했다.

거짓말로 세상을 버텨나가는 두 남녀의 지독하고 쓸쓸한 흑백의 여정 <소통과 거짓말>, 가족이라는 집단의 비밀과 거짓말을 송두리째 터뜨리는 총천연색의 드라마 <해피뻐스데이>. 두 편 모두에 배우 장선이 출연한다. <소통과 거짓말>에는 본인 이름 그대로인 장선으로, <해피뻐스데이>에는 정복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소통과 거짓말>을 먼저 보고 <해피뻐스데이>를 본 후 나는 장선이 두 캐릭터 모두를 연기한 동일인이라는 것을 전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슬픔을 말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소통과 거짓말>에서 장선의 몸부림과 게임에 중독된 채 내내 기묘한 웃음을 입꼬리에 달고 있던 <해피뻐스데이>에서 정복의 얼굴은 정말이지 다른 사람 같았다. 다만 집요할 정도로 스스로가 원한다고 믿는 것을 위해 매달리던 두 캐릭터의 마음은 포개져 있었다.

<소통과 거짓말>(사진) <해피뻐스데이>에서 장선은 관객들이 비켜 지나갈 법한 인물들에게 온기를 불어넣는다.사진 무브먼트

<소통과 거짓말>에서 장선은 함부로 몸을 내던지며 붕괴된 하루하루를 버티어 나간다. 여자에게 삶은 흑백처럼 차갑고 건조하고 어떤 면에서는 명료하게 절망적이다. 반면 <해피뻐스데이>의 정복은 누구와도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는다. 게임 속에서 살고 있는 그는 타인의 속을 들여다 볼 생각이 없다. 그에게 타인의 지옥 같은 고통은 게임의 규칙을 어기고 들어갈 세계일 리 만무하다. <해피뻐스데이>의 총천연색 인간 군상 중에서 정복은 가장 비인간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두 편 모두 배우에게 몸과 마음의 강도 측면에서 최고난이도의 연기를 요구한다는 지점에서 배우 장선의 담대함은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다. 누구도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은 배우에게 있어선 무모한 도전일 수 있다. 보는 이의 공감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 연기라면 장선은 도통 관객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을 연속으로 체화한 것이다.

어쩌면 관객들이 손쉽게 허언과 기행의 캐릭터라고 비켜 지나갈 법한 인물들에게 배우 장선은 온기를 불어넣었다. 관객이 영화 속 인물들을 백 퍼센트 이해하는 일은 비단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의 캐릭터가 아니어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배우가 최선으로 캐릭터를 끌어안았을 때의 기적을 배우 장선은 보여준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생은 고통이고 때로는 그 고통을 마주하는 것이 놀라운 동력이 될 때가 있다. 캐릭터의 심연까지 끌어안은 그야말로 괴물 같은 배우의 등장이다.

+ 그 님의 결정적 장면

<해피뻐스데이>에서 장선이 연기한 캐릭터 정복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그녀는 이 기묘한 가족에게는 시한폭탄 같은 방문자이기도 하다. 가족의 셋째 아들 성일(이주원)과 함께 큰아들의 생일에 가족의 집을 방문한 정복. 자신을 동서라고 부르기 시작한 선영(김선영)과 남자친구 성일이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도 정복은 낄낄거리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기어코 선영이 ‘치마 좀 내려’라고 던지는 일갈에도 정복은 웃음을 멈추지 않고 몸짓으로 응수한다. 그야말로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캐릭터, 배우 장선은 이 전대미문의 캐릭터를 입이 떡 벌어지게 입체화했다. 놀랍고 놀랐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글 진명현(독립영화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영화의 순간을 채색하는 천변만화의 파레트, 배우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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