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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더 재밌다 | <오리엔트 특급 살인> 현실감 있는 열차 제작 비결 24

“좋아하는 모든 일에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이렇게 말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원작에 반한 13,000여 명의 제작진이 인력과 시간을 투자해 세계 여행의 황금기인 1930년대의 열차를 구현했다. 고전 추리극이 펼쳐지기도 전에 관객의 눈길을 사로 잡은 열차 제작 비하인드를 소개한다.

#기차역과 설산 세트장

1. 13주간 영화의 95% 세트 촬영

<오리엔트 특급 살인> 열차 내부 촬영 현장. 전체 영화의 95%가 스튜디오 촬영이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2016년 11월에서 2017년 3월까지 영국의 롱크로스 스튜디오와 남부 유럽의 몰타 로케이션에서 13주 동안 촬영됐다. 전체 장면 중 95%가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2. 국방부 탱크 테스트 공장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영국 런던 서부에 위치한 롱크로스 스튜디오에서 촬영되었다. 국방부의 탱크 테스트 장소였던 이 스튜디오에는 여러 개의 스테이지와 테스트 트랙, 넓은 야외 세트장이 준비돼 있었다. 프로덕션 디자이너 짐 클레이는 이곳에 360도로 촬영 가능한 스탐불 기차역 세트와 스탐불 시장, 오리엔트 특급 열차 모형 2대, 30톤 실물 크기의 기관차 모형, 산 밑의 거대한 고가 다리 세트를 제작했다.

3. 이스탄불 기차역 전체 세트 제작

오리엔트 특급 열차가 출발하기 직전 이스탄불 기차역은 런던의 롱크로스 스튜디오에 역사 전체가 세트장으로 제작됐다. 사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초호화 제작기 예고편 캡쳐

극중 ‘스탐불’이라고 나오는 지명은 이스탄불을 뜻하는데 이 초반부의 이스탄불 기차역을 보여주기 위해 스탐불 기차역의 일부가 아닌 전체 역사를 세트에 제작했다. 롱크로스 스튜디오 중 가장 규모가 큰 1번 스테이지에 역이 지어졌다. 프로덕션 디자이너 짐 클레이는 “철로가 사운드 스테이지를 벗어나 주차장까지 뻗었으며, 스튜디오 도로의 일부에 닿기도 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기차가 역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영화에 담길 수 있었다.

4. 카메라가 상공 30m까지 올라간 마지막 장면

<오리엔트 특급 살인> 마지막 장면은 65mm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다. 스테디캠 촬영으로는 가장 긴 롱테이크다. 사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초호화 제작기 예고편 캡쳐

마지막 장면에서는 배우와 스태프, 장비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했다. 카메라가 포와로에게서 멀어지며 기차역과 기차, 철로 등 풍경을 조망하는 롱쇼트, 5분 동안 스테디캠 촬영한 이 장면은 카메라가 30m 상공으로 올라가는 동안 배우와 스태프 전원이 카메라 앵글 밖으로 숨어야 했다.

5. 영화 중 가장 긴 65mm 스테디캠 롱테이크

탐정 포와로가 기차에서 내려 역을 빠져나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전 세계 4대 존재하는 65mm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총괄 프로듀서 매튜 젠킨스 설명에 따르면, 스테디캠으로 촬영한 영화 중에서 러닝타임이 가장 긴 장면을 가진 영화라는 기록을 세웠다. 연출을 맡은 케네스 브래너는 “마지막에 관객들에게도 포와로와 똑같은 심사숙고를 해보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6. 런던 최초 65mm 필름 현상소 설립

65mm 필름 카메라로 촬영된 <오리엔트 특급 살인> 때문에 30년 만에 처음으로 영국에 65mm 필름 현상소가 생겼다. 총괄 프로듀서 매튜 젠킨스 “영국에는 65mm 필름을 처리하는 현상소가 없고 LA에 딱 한 곳 있다”고 밝혔다. 즉 매일 촬영이 끝날 때마다 네거티브 필름을 영국에서 미국으로 배송해야 했던 것이다. 이에 제작사는 65mm 필름 촬영까지 반대했다. 결국 코닥을 통해 런던에 현상소를 열기에 이르렀다.

7. 구조 공학자 참여한 10미터 산 세트

열차와 역사 같은 실내뿐만 이나라 10미터 높이에 이르는 산도 세트로 지어졌다. 사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초호화 제작기 예고편 캡쳐

폭설에 고립된 오리엔트 특급 열차는 눈 덮힌 산 중턱에 멈춰선다. 이때 야외 장면에 보이는 산은 세트로 지어졌다. 약 10미터 높이의 산 세트를 제작하고 이것을 디지털 확장 작업으로 더 높아 보이도록 만들었다. 기차가 직접 움직이고 정차해 있을 수 있는 안전한 디자인 설계를 위해 산 세트에는 구조 공학자들이 참여했다.

8. 150톤 무게 버틴 고가교 세트

산 중턱에 위치한 200~300m 길이의 고가교는 150톤의 무게를 견뎠다. 사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초호화 제작기 예고편 캡쳐

오리엔트 특급 열차 모형은 좌우 약 200~300m 길이의 고가교 위에 놓였다. 객차 4개, 화물차, 탄수차, 기관차 등으로 구성된 열차 모형의 무게는 약 150톤이다. 그 위에 눈을 쌓고 촬영했다.

9. 눈 소리 없앤 배관 시스템 설계

폭설 설정으로 산과 철로 위에 쌓인 눈은 최대 300m의 쌓인 눈이며 카메라 프레임 전체에 떨어지는 눈으로 채워져야 했다. 창문 밖으로 내리는 눈을 연출하는 동시에 소리 없이 창문에 부딪히게 눈 내리는 효과를 내야 했다. 제작진은 복잡한 배관 시스템을 설계해 바람과 떨어지는 눈이 기차 창문을 조용히 지나갈 수 있도록 했다.

10. 통곡의 벽 몰타 로케이션

극중 유일한 로케이션은 예루살렘에 위치한 통곡의 벽을 촬영한 몰타다. 케네스 브래너는 “태양이 가득 내리쬐는 넓고 탁 트인 공간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어 점점 태양에서 멀어지면서 하얀 눈과 어둠뿐인 장소로 점점 좁혀진다”고 말했다.

#오리엔트 특급 열차와 그 내부

11.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행로

오리엔트 특급 열차는 이스탄불에서 출발해 알프스, 브로드,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를 거쳐 런던에 도착한다. 사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초호화 제작기 예고편 캡쳐

오리엔트 특급 열차는 이스탄불을 출발해 디나르 알프스(과거 유고슬로비아)를 지나다가 산사태를 만나 발이 묶인다. 철로가 뚫린 후에는 브로드를 지나 이탈리아와 스위스, 프랑스를 거쳐서 런던 빅토리아 역에 도착한다.

12. 똑같은 열차를 두 번 만든 이유

제작진은 초기에 실제 기차 촬영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오리엔트 특급 열차를 탔고 통로가 너무 좁아서 65mm 필름을 이용한 큰 카메라와 트랙 달리 촬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열차를 직접 제작하기로 했고 실제로 열차 세트를 두 번 제작했다. 처음에는 철로에서 실제로 움직일 수 있도록 객차와 기관차, 내부와 외부를 전부 만들었고, 그 후에 만든 열차 세트는 촬영이 수월하도록 내부와 벽만 제작했다.

13. 벽과 천장이 제거되는 침대칸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세트장은 모두 침대칸 벽과 천장이 제거된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포와로와 13명의 용의자가 머무는 침대칸은 수월한 촬영을 위해 벽과 천장이 제거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모든 침대칸이 같은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14. 네 대의 객차와 한 대의 기관차 제작

오리엔트 특급 열차 모형은 기관차 한 대와 그 뒤에 이어지는 4대의 객차로 구성됐다. 원작 소설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애거서 크리스티 리미티드의 제임스 프리처드 회장은 열차와 내부 세트를 보고 “규모가 정말 굉장했다. 객차의 디테일은 물론이고 네 대의 객차와 기관차 한 대를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지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놀랍다”며 감탄했다.

15. 기관차를 교차하지 않은 오리엔트 특급 열차

실제로 오리엔트 특급 열차는 출발과 동시에 유럽 동부를 달리다가 국경에서 기관차를 교체한다. 하지만 제작진은 촬영의 실용적 측면을 고려해 실제 사례를 영화에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16. 프랑스 대형 증기 엔진 참고한 열차

제작진은 프랑스 대형 증기 엔진을 토대로 열차 모형을 제작했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프로덕션 디자이너 짐 클레이는 현재 스위스 취리히에 보관되어 있는 프랑스 대형 증기 엔진을 토대로 열차 모형을 제작했다. 정확도가 뛰어난 실물 크기다. 모형에 특수 및 시각 효과을 더해 실제 열차 같은 모형이 완성됐다.

17. 484 기관차 큐레이터 만남

특수효과 감독 데이비드 왓킨스와 그의 특수효과 팀은 오리엔트 특급 열차가 실제로 움직일 수 있도록 기관차를 제작했다. 이를 위해 왓킨스 감독은 스위스로 팀원을 보내 현재 유일하게 작동되는 484 기관차의 큐레이터를 만나게 했다. 큐레이터를 만난 후 돌아온 두 팀원은 기차의 오리지널 디자인이 담긴 두꺼운 책을 들고왔다. 그 덕에 정확한 비율로 열차의 전체 디자인을 제작할 수 있었다.

18. 사실적인 오리엔트 특급 열차 구성

열차는 기관차와 객실 외에도 탄수차, 화물차, 침대칸, 식당칸, 미용실칸도 구분해 제작됐다. 사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초호화 제작기 예고편 캡쳐

오리엔트 특급 열차는 영화의 주요 공간으로 등장하지 않아도 실제와 유사하게 제작됐다. 열차는 기관차와 탄수차 외에도 화물차, 침대칸, 식당칸, 미용실칸으로 구성된다. 각 차의 무게는 대략 25톤이며 그 중 기관차는 22톤, 탄수차는 기관차보다 조금 가벼웠다. 열차를 움직일 때마다 기관차 모형 앞부분에 부착된 여러 개의 디젤 이동기를 이용했다.

19. 뉴질랜드 촬영한 차창 밖 LED 영상

기차 모형 양 옆에 세워진 LED 스크린에서 차창밖 영상이 나온다. 사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초호화 제작기 예고편 캡쳐

실제로는 멈춰있지만 달리는 열차 설정인 세트 안에서 보이는 창밖의 풍경은 LED 영상이다. 촬영팀은 영화 촬영 시작 전에 뉴질랜드에 가서 산지대를 달리는 기차가 담긴 수 시간짜리 영상을 촬영해왔다. 시각효과 감독 조지 머피가 그 영상을 디지털로 작업했고 세트장에 2개의 400m 길이의 LED 록앤롤 스크린을 객차 양쪽에 세워서 영상을 재생했다.

20. 달리지 않고도 흔들리는 열차

특수효과 감독 데이비드 왓킨스는 열차 아래에 에어 벨로(air-bellow)와 유압식 기계가 든 리그 장치를 넣어 열차를 좌우, 앞뒤로 움직였다. 해리 잠바로코스 촬영 감독이 찍어온 영상에 맞춰 움직임에 대해 연구한 결과다. 수압으로 조절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여러 번 실험한 후에 객차 아래에 리그를 설치해 흔들리는 열차 세트를 구현했다.

21. 깔끔함 더한 아르누보 스타일

열차 내부 전반은 아르누보 스타일이지만 배우들이 돋보이도록 조금 더 깔끔하게 디자인됐다. 사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초호화 제작기 예고편 캡쳐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내부는 아르누보 스타일로 구현했다. 아르누보 스타일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유행한  양식이다. 직선적인 고딕 양식에 반발해 유연한 곡선, 화염이나 나뭇잎 무늬 등으로 기능보다 형식주의적이고 탐미적인 편이다. 제작진은 아르누보 스타일에서 좀 더 깔끔한 느낌을 표현했다. 나무 패널과 장식에 최소한의 장식으로 깔끔한 배경을 만들어서 배우들이 돋보이도록 한 것이다.

#의상

22. 윌렘 대포의 의상 박음질

윌렘 대포 의상은 미국과 유럽의 재단 방식을 구분해 제작됐다. 사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예고편 캡쳐

윌렘 대포가 맡은 교수 하드맨은 실제로 미국인이지만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등장하는데, 제작진은 이 사실을 의상으로도 표현하고자 했다. 미국과 유럽의 서로 다른 재단 방식을 알아낸 의상 감독은 0.5m 길이의 1930년대 원단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오래된 원단 샘플북을 구입해 참고했다. 알렉산드라 바이른 의상 감독은 “오래 되어서 삭았지만 무게감과 원단 색깔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책 안에서 햇빛을 받지 않은 원단이라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23. 의상 콘셉트 보드

알렉산드라 바이른 의상감독은 원작 소설, 기존에 각색된 연극과 영화들을 보고 지금의 영화 각본과 비교하면서 교차 참조할 만한 것을 찾았다. 이 방대한 양의 조사 결과들을 토대로 콘셉트 보드(무드 보드)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역사적 자료뿐만 아니라 의상 감독의 머릿속에 있는 캐릭터나 스토리, 영화 속 한 순간과 관련된 다방면의 이미지가 붙어 있다. 이미지를 모은 후에 콘셉트 보드에 추려 넣으면서 아이디어를 편집하며 작업했다. 알렉산드라 바이른 의상 감독은 “이 콘셉트 보드는 감독, 배우들과 함께 캐릭터의 의상을 만드는 훌륭한 시각적 수단이 되어준다”고 말했다.

24. 에르큘 포와로 탄생 비화

애거서 크리스티는 언니 매지에게 자극을 받아 탐정 소설을 쓰게 됐다. 당시 영국의 시골 지역에서 벨기에 난민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유성영화에서도 그 현실이 예외없이 등장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첫 탐정 소설의 주인공으로 훌륭한 벨기에 경찰 출신, 벨기에 난민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렇게 에르큘 포와로가 탄생했다.

글 채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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