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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萬世 |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오가가미 나오코 감독 “이런 가족도 괜찮지 않나요?”

“힐링은  없다.” <카모메 식당>(2006) <안경>(2007) <토일렛>(2010)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2012)까지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영화 리스트에 절대 빠질 수 없는 영화를 만들어온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작심이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에 담겨 있다. 엄마의 가출로 외삼촌과 그의 트랜스젠더 여자친구와 함께 살게 된 어린 조카의 이야기를 오밀조밀하게 엮는 연출은 힐링보다 더 깊고 값진 울림을 준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세상과 가족, 인생을 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과 영화에 대한 진심어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10월 5년 만의 신작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를 들고 2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사진 엔케이컨텐츠

두 달 전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으셨습니다. 부산에서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 있으셨나요?

한국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는 굉장한 경험을 했습니다. 관객 한 분이 저에게 자신은 트랜스젠더이고 이 영화를 보게 돼서 기뻤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경험한 최고의 기쁨이었습니다.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이후 5년 만의 신작입니다. 관객들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작품을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그동안 쌍둥이 딸을 낳았고 제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두 아이가 생기면서 맞은 변화가 이번 영화를 만드는데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영화에서 요양원에 있는 토모의 외할머니가 연못에 있는 잉어에게 밥을 주면서 부르는 노래는 쌍둥이 제 딸들이 어린이집에서 배워온 노래입니다. 그전까지 모르는 노래였는데 멜로디가 재밌게 들려서 그대로 영화에 넣었습니다.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테디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19회 우디네극동영화제에서 관객상과 비평가상에 이어 22회 부산국제영화제, 서울프라이드영화제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화제를 모으는 이유 중 하나가 가족의 이야기면서 최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성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대한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 역시 트랜스젠더라는 주제와 더불어 딸과 엄마, 그리고 가족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를 원했고 여기에 관객들이 반응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엮기로 결심하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키리타니 켄타(사진)에게 마키오 캐릭터가 감독 남편의 이미지라고 얘기했다. 키리타니 켄타는 “우리 남편은 느리고, 촌스럽고, 하는 말도 썰렁하지만 아주 자상해요”라는 나오코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마키오를 연기하는데 큰 힌트를 얻었다. 사진 엔케이컨텐츠

영화의 주인공 마키오와 린코 커플은 서점에서 본 니트디자이너 커플을 모델로 하셨다고요.

서점에서 유명한 니트 디자이너이자 게이 커플 아르메와 카를로스를 소개한 잡지를 보고 마키오와 린코 캐릭터를 참고했습니다.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최초의 일본 트랜스젠더 장편 영화입니다. 일본은 성소수자에 대한 영화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직은 자유롭지 않은 환경이라고 보시나요?

일본은 도쿄나 오사카 같은 큰 도시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해 말하는 것이 비교적 자유로워지고 있습니다만 시골에서는 아직 그렇지 못합니다.

<토일렛>의 모리,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에서 코바야시 카츠야가 연기한 여장 할머니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에서 성정체성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캐릭터들입니다. 치마를 입는 모리는 게이라고 묻는 말에 아니라고 말했고, 사요코는 이웃집 할머니를 남자로 전혀 생각하지 않고 할머니로 인식합니다. 성정체성은 이번 영화에서 영화의 주제로 확장되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스물세 살 무렵에 미국 LA로 건너가 6년 넘게 영화를 공부했습니다. 그때 많은 LGBT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언어 문제로 괴로워하는 저에게 도움의 손을 내민 친구도 게이였고, 2년간 머물던 아파트 집주인의 자상한 아내도 트랜스젠더였습니다. 그들의 비율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성소수자의 비율과 같았고, 아주 당연하듯이 제 주변에 존재했습니다.

한데 유학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오니 LGBT 친구들을 거의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시 12년 만에 남편과 갓 태어난 쌍둥이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1년 동안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게이 친구들을 만나고 보니 일본이니까 당연한 현상이라고 하기에는 큰 괴리감이 느껴졌고 항상 제 머릿속에 남아있었습니다.

#그들의 엄마들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에는 다양한 어머니가 등장한다. 토모의 학교 친구 엄마는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토모를 걱정하면서 자신의 아들이 여자를 좋아하는 사실을 부정한다. 사진 엔케이컨텐츠

트랜스젠더 아들에게 가짜 젖가슴을 만들어준 어머니에 관한 신문 기사가 영화를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떠한 내용이었나요?

트랜스젠더 여성에 관한 신문기사였습니다. ‘성은 남과 여의 이분법으로만 단정 지을 수는 없다’라는 제목 아래 성별이 뒤바뀐 남녀 커플과 그 여성의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애인이 한 데 모여 활짝 웃는 모습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차남으로 태어난 트랜스젠더 여성은 유년 시절부터 예쁜 물건과 여자아이 옷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가 중학생 시절에 어머니에게 가슴이 갖고 싶다고 고백하자 어머니가 ‘그래, 너는 여자아이니까’라고 다독이며 가슴에 달 수 있는 ‘가짜 젖가슴’을 함께 만들었다는 기사였습니다. 그 기사가 엄청난 울림을 주었고 저는 가짜 젖가슴을 만든 어머니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오프닝 타이틀이 뜰 때 빨랫줄에 걸려 있는 브래지어를 부각한 것도 의도로 읽힙니다. 

그렇습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가슴에 관한 영화이니까요.

영화에는 여러 명의 엄마가 등장합니다. 토모의 외할머니는 아들보다 딸에게 엄격했던 엄마이고, 토모의 엄마는 무책임하고 툭 하면 가출을 합니다. 토모의 학교 친구 엄마는 아들이 이상하지 않고 정상으로 살기를 강요합니다. 단연 최고의 엄마는 가슴이 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어린 아들에게 가짜 가슴을 만들어주는 린코의 엄마가 아닐까요.

물론입니다. 신문기사를 보고 제가 만난 트랜스젠더의 어머니는 그저 자식을 소중히 생각하는 어머니였습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쌍둥이의 엄마가 된 저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떠올랐는데 가끔은 지나치다고 느낄 만큼 다 큰 딸에게 끊임없는 애정을 쏟아붓고 계시는 제 엄마였습니다.

린코가 토모에게 뜨개질한 가슴을 선물하는 것은 자신이 어린 시절 엄마에게 가짜 가슴을 받았던 것과 같은 행위입니다. 토모를 자식처럼 여기는 것 말고도 다른 의미가 있는지요.

린코는 엄마가 만들어준 가슴을 받았고 그 또한 자신이 만든 가슴을 토모에게 주길 원하는 거죠.

토모의 철부지 엄마는 앞으로 또 집을 나가지 않을까 생각해보셨습니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을 엮는 뜨개질 

외삼촌의 여자친구 린코에게 영향을 받은 조카 토모는 뜨개질을 통해 마음을 엮는 법을 배워나간다. 사진 엔케이컨텐츠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영어 제목은 긴밀히 맺어진을 뜻하는 ‘Close Knit’입니다. 어떤 의미로 제목을 정하셨습니까?

뜨개질이 사람을 이어주는 것을 상징합니다.

뜨개질을 중요한 소재로 다룬 이유가 있다면요?

소재가 뜨개질이긴 하지만, 주인공들이 ‘무엇’을 엮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매일같이 카페나 레스토랑에 앉아 그것만 온종일 고민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 ‘아, 이런 것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세 사람의 스토리가 머릿속에서 완성되었습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도 뜨개질을 잘 하시는지요. 

뜨개질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웃음) 영화를 위해서 뜨개질 강사를 고용했습니다.

#그들이 출연하기까지

(왼쪽부터) 강한 이미지를 보여준 기존 작품과 달리 느긋하고 조용한 인물을 연기한  키리타니 켄타, 200명의 아역 연기자 중에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찾은 아역 배우 카키하라 린카, 트랜스젠더 여성들을 직접 만나며 배역을 준비한 이쿠타 토마. 사진 엔케이컨텐츠

이쿠타 토마를 트랜스젠더 린코 역에 캐스팅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마키오 역의 키리타니 켄타나 이쿠타 토마 모두 좋은 사람 같아 보여서 캐스팅했습니다.(웃음) 특히 이쿠타 토마는 <인간 실격>(2010)에서 주인공 요조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영화계에 아름다운 청년이 나타났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함께 작업하고 싶었고 린코 역을 캐스팅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린 인물입니다. 함께 작업하면서 머리, 의상 등 스타일에 제일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열두 살 소녀 토모를 연기한 카키하라 린카를 캐스팅 과정은 어땠습니까?

카키하라 린카는 오디션을 거쳐 200명의 아이들 가운데 선발한 배우입니다. 오디션 마지막에 린카가 등장했을 때 작은 다이아몬드를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연기 지도를 특별히 않아도 잘 소화해냈기 때문에 유망한 배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캐스팅했습니다.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요시노 이발관>(2004) 이후 아이들이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토모를 연기한 카키하라 린카는 첫 영화로 많은 것을 배웠을 것 같습니다. 영화 작업에 대해 린카에게 알려주신 부분이나 린카가 어떤 경험을 했다고 말했는지 듣고 싶습니다.

카키하라 린카는 정말 대단한 배우입니다. 저는 린코를 여느 성인배우처럼 대했습니다. 린카에게는 어떤 한 사람이 움직이고 활동할 때에 그가 단지 한 가지 감정이 아니라 여러 가지 감정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토모의 외삼촌 마키오와 린코는 토모를 돌보면서 새로운 가족을 이룹니다.  이들의 관계를 어떻게 표현하고자 하셨습니까?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형태의 가족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처럼 결혼을 하지 않고 가족의 형태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요. 제가 경험했던 것들을 담아서 이러한 형태의 가족도 가능하다, 이런 가족도 괜찮다, 좋다고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작품으로 말이죠.

#그들이 밥을 먹는 이유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요시노 이발관>(2004)으로 데뷔해 <카모메 식당>(2006) <안경>(2007) <토일렛>(2010)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2012)까지 일상을 따뜻한 정서로 채우는 ‘오기가미 나오코 표 힐링 시네마’를  구축했다. 5년 만에 직접 쓴 시나리오로 만든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이전의 수식어에 도전하며 오기가미 나오코 영화의 제2막을 선언하는 작품이다. 사진 엔케이컨텐츠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는 음식이 항상 기대됩니다. 이번엔 토모가 좋아하는 무말랭이 조림, 바지락 간장조림이 나오는데 삼촌과 린코가 아재 입맛이라고 놀리는 이자카야 음식을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토모의 엄마가 이자카야를 운영했기 때문입니다.

마키오와 린코는 식사 때도 맥주를 빼놓지 않는 맥주 마니아들입니다. ‘맥주를 발명한 사람한테 노벨상을 주고 싶네라는 대사는 둘 다 한 번씩 하는 대사입니다. 감독님도 맥주를 좋아하시나요?

당연합니다. 엄청 좋아합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세 사람이 밥 먹는 장면, 린코의 어머니와 남자친구가 다함께 나베 요리를 먹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식사 장면을 자주 보여주시는 이유가 있다면요.

저는 그저 인물들의 일상생활을 보여주기 위해 식사 장면을 연출합니다. 요리를 특별히 ‘어떻게 보여줘야겠다’라고 여긴 적은 없습니다. 일상의 정서를 제대로 그려내고자 하다 보니, 가족의 화목함을 보여줄 수 있는 식사가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었고요. 하지만 집밥을 만드는 린코와 삼각김밥만 사다주는 토모의 엄마 히로미(미무라)만큼은 대비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연출했습니다.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면서 오기가미 나오코, 2을 선언하셨습니다. 감독님의 인생에서도 영화감독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작품인데 만족하시는지요.

모든 스태프 앞에서 ‘이번 작품은 끝날 때까지 ‘공격!’이라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스태프에게도 그런 마음으로 함께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조감독과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도 “이번 작품에 힐링은 없습니다!”라는 말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고 말았습니다.(웃음) 제 작품은 제 의지와 상관없이 ‘힐링 시네마’ ‘슬로우 라이프 무비’라는 수식어가 붙거든요.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남들이 말하는 ‘느긋한’ 영화나 만들까 보냐!”라는 심정으로 단단히 벼르고 만들었습니다. ‘공격!’이라는 마음가짐이 영상으로 표현된 것 같아 만족하고 있습니다.

글 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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