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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더 재밌다 | 숫자로 보는 <러빙 빈센트> 제작 비하인드 10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명작들이 애니메이션으로 되살아났다. 살아서는 고독했지만 사후에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비운의 천재 고흐. 그의 일생이 6만2,450점의 유화로 옮겨지기까지 1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세계 최초 장편 유화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 제작에 얽힌 뒷이야기들을 숫자로 정리했다.

# 고흐의 죽음으로부터 1년 뒤 

많은 사람들에게 빈센트 반 고흐는 37세의 나이에 권총으로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로부터 3일 뒤 사망했다. <러빙 빈센트>의 화자 아르망 룰랑은 생전 고흐와 가깝게 지낸 사람들과 인터뷰를 통해 고흐의 삶을 추적한다. 사진 판씨네마

<러빙 빈센트>는 네덜란드 출신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사망하고 1년 뒤인 1891년이 배경이다. 고흐는 1890년 7월 26일 오베르쉬르 우아즈의 한 들판에서 권총으로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사흘간 앓다가 7월 29일 37세의 나이로 오베르의 라부 여관에서 숨을 거뒀다.

영화는 고흐의 죽음이 타살일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허구를 더한 미스터리다. 우체부 룰랭(크리스 오다우드)의 아들 아르망(더글러스 부스)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아르망은 고흐의 마지막 편지를 동생 테오에게 전달하고자 생전 고흐와 인연을 맺은 이들을 만난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고흐의 죽음은 자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는다.

# 2분짜리 단편 

폴란드 출신 도로타 코비엘라 감독은 미술이 전공이었으며 영화학교에서 연출을 공부했다. 그는 회화와 영화를 결합한 콘텐츠를 찾다가 <영혼의 편지>를 읽고 고흐의 작품을 활용한 2분짜리 단편을 만들었다. <러빙 빈센트>의 출발점이다. 사진 판씨네마

영화의 출발점은 도로타 코비엘라 감독의 2분짜리 단편이다. 그는 고흐와 테오 형제의 서간집 <영혼의 편지>를 읽고 감명받아 고흐의 작품으로 단편 영상을 만들었다. 이 영상을 본 휴 웰치맨 감독은 장편 영화화를 제안했다. <러빙 빈센트>의 감독이 두 사람인 이유다. 이들은 공동으로 각본을 썼으며 연출도 함께했다. 고흐의 정신과 기법에 최대한 충실한 애니메이션 제작이 목표였다. <러빙 빈센트>는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촬영한 뒤 해당 화면을 프레임별로 나눠 화가들이 유화로 제작하는 방식으로 탄생했다.

# 21번의 이사 

도로타 코비엘라 감독은 제작 기간 10년 동안 21번 이사를 다녔다. 재정적 어려움으로 제작사가 여러 번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휴 웰치맨 감독은 반 고흐의 그림 앞에서 도로타 코비엘라 감독에게 프러포즈를 했고 두 사람은 부부가 됐다. 이에 대해 휴 웰치맨 감독은 “처음에는 도로타와 사랑에 빠졌고 나중에는 그녀의 프로젝트와 사랑에 빠졌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 가로 67cm 세로 49cm 캔버스

애니메이터가 아르망 룰랭이 등장하는 신에 필요한 프레임을 그리고 있는 장면이다. <러빙 빈센트>는 배우들의 연기를 촬영한 뒤 이를 유화로 변환시키는 과정을 거쳐 제작됐다. 사진 판씨네마

고흐는 생전 다양한 크기의 캔버스를 사용했다. 따라서 그가 남긴 유화의 크기는 작품별로 상이하다. <러빙 빈센트>의 페인팅 디자인팀은 가로 67cm 세로 49cm 일괄적인 크기의 캔버스 위에 고흐의 유화를 다시 재현했다. 애니메이션화를 위해서는 영화 스크린에 그림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만 약 1년이 걸렸다.

# 107명의 화가들

<러빙 빈센트>는 세계 최초 장편 유화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터 오디션 당시 응시자는 전 세계에서 약 4,000명에 달했다. 이들 중 선발된 107명의 화가들이 폴란드와 그리스의 스튜디오에서 2년 동안 유화를 작업했다. 최종 선발된 애니메이터들은 반 고흐가 자주 사용하던 색깔, 특유의 붓놀림 등 화풍을 교육받았다. 107명 중에는 전문가들 외에 반 고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인 아마추어 화가들도 있다. 이들의 원래 직업은 요리사와 스페인어 교사, 클래식 자동차 복원가 등이다.

# 130여 점의 명작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아르망 룰랭, 조셉 룰랭, 마그리트 가셰, 닥터 가셰. <러빙 빈센트>에서는 고흐가 그린 초상화의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움직인다. 사진 판씨네마

<러빙 빈센트>는 고흐가 남긴 명작 130여 점을 스크린에 재현했다. 초상화부터 풍경화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영화 속 주요 인물들은 모두 고흐가 생전에 그린 초상화의 주인공들이다. 아르망 룰랭을 비롯해 우체부 조셉 룰랭, 아들린 과부(엘리너 톰린슨), 고흐의 주치의 폴 가셰(제롬 플린), 그의 딸 마르그리트 가셰(시얼샤 로넌) 등이 대표적이다. 아르망 룰랭이 고흐가 죽기 전 머물렀던 오베르쉬아즈로 떠나는 여정에서는 여러 풍경화들이 등장한다. <까마귀가 있는 밀밭>, <농가 근처의 건초더미> 등 그의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 600통의 편지

고흐와 테오의 서간집 <영혼의 편지>는 불운한 천재 빈센트 반 고흐의 일생을 전 세계에 알린 계기다. 고흐는 생전 약 900통의 편지와 일기를 써서 남겼다. 프랑스어, 영어, 네덜란드어 총 3가지 언어로 쓰여져 있다. 이 중에 600통이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다. 테오는 동생이자 가난한 화가 고흐의 후원자였다. <러빙 빈센트>의 출발점 역시 죽은 고흐의 편지를 테오에게 전하려는 아르망의 여정이다.

# 729장의 유화

[별이 빛나는 밤]은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다. <러빙 빈센트>는 오프닝에서 3개의 작품을 연달아 애니메이션의 형태로 보여준다. 총 1년의 시간이 걸린 결과물이다. 사진 판씨네마
오프닝에서는 고흐의 걸작 3개를 연달아 만날 수 있다. 구름과 달은 <별이 빛나는 밤>, 어두운 밤의 전경은 <아를의 노란 집>, 혼란스러운 남자의 얼굴은 <즈아브 병사의 반신상>에서 따왔다. 러닝타임은 1분이며 이를 위해 총 729장의 유화가 사용됐다. 제작기간은 약 1년이다.

# 1891년의 오베르쉬르 우아즈

고흐는 사망하기 전 약 2개월 간 오베르쉬르 우아즈에서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오베르쉬르 우아즈는 고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성지가 됐다. 사진 판씨네마

영화는 1891년의 오베르쉬르 우아즈(Auvers-sur-Oise)가 주요 배경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곳이다. 1888년 아를에서 작업실을 빌려 화가들과 숙식하던 고흐는 고갱과 크게 다툰 뒤 자신의 귀를 잘라 평소 교류가 있던 매춘부에게 가져다준다. <귀가 잘린 자화상>이 탄생한 배경이다. 이후 생 레미 정신병원에서 2년간 치료를 받던 고흐는 1890년 5월부터 약 2개월간 오베르쉬르 우아즈에서 생활하며 70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 <러빙 빈센트>에 등장하는  <오베르의 평원>, <오베르-쉬르-우아즈의 교회>, <비 온 뒤 오베르의 풍경>이 오베르쉬르 우아즈에서 머물던 시절 제작된 작품이다.

# 6만2,450점의 유화들

러닝타임 95분의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는 62,450점의 그림으로 만들었다. 1초당 12개의 그림이 사용됐다. 이를 위해 107명의 화가들이 2년간 유화를 그렸다. 사진 판씨네마

애니메이션에는 보통 1초에 24장의 그림이 필요하다. 이때 화면을 구성하는 그림을 프레임이라 한다. <러빙 빈센트>는 1초에 12개의 프레임을 사용했다. 107명의 화가들이 2년간 캔버스에 그린 6만2,450점의 그림들이 1,009개의 장면으로 탄생했다. 이 영화에 사용된 약 6만 점의 캔버스를 합치면 런던(1570㎢)과 맨하탄(88㎢)을 모두 뒤덮을 정도의 면적이 된다.

글 성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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