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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_스페셜 | 그의 영화엔 꼭 있다, 전매특허 장면 11

<플란다스의 개>(2000)부터 <옥자>(2017)까지.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개성과 위트 그리고 뚜렷한 사회적 메시지가 가득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꼼꼼히 보면 볼수록 더 많은 이야기가 들린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항상 반복해서 등장하는, 사소해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봉준호 감독의 전매특허 장면 11.

1. 넘어진다.

봉준호 영화의 단골 장면 중 하나는 항상 주인공이 넘어지는 장면이다. <플란다스의 개>(2000)에선 현남(배두가)이 우연히 윤주(이성재)가 강아지를 옥상에서 던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를 쫓는다. 아파트 복도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 끝에 현남이 윤주를 잡으려는 순간, 아파트 문이 열리며 현남이 문에 부딪혀 넘어진다. <괴물>(2006)에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현서(고아성)을 배웅나가는 강두(송강호)가 넘어지고, 방역요원 ‘노랑1’로 등장하는 김뢰하 역시 넘어지며 큰 웃음을 선사한다. ‘슈퍼 히어로’출신 크리스 에반스도 예외는 아니다. <설국열차>(2013)에선 일촉즉발 전투 중에 바닥에 떨어진 생선을 밟고 미끄러진다.

2. 날아차기

날아차기 역시 봉준호 감독이 매 영화마다 잊지 않고 등장시키는 장면. <플란다스의 개>에서 현남과 함께 걸어가던 윤장미(고수희)가 자동차 사이드미러를 날아차기로 박살낸다. <살인의 추억>(2003)에선 박두만(송강호)이 서울 시경에서 갓 상경한 서태윤(김상경)을 변태로 오해해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야?”라는 차진 대사와 함께 시원한 날아차기를 선사한다. <괴물>에선 진탕 취해 현서의 장례식에 온 현서의 삼촌 남일(박해일)이 딸을 지키지 못한 형 강두에게 날아차기를 먹인다. <마더>(2009)에선 진태(진구)가 고급 외제차의 사이드미러를 시원하게 날려 버린다. <설국열차>에선 커티스(크리스 에반스)가 적을 향해 벽 짚고 날아차기를, <옥자>(2017)에선 미란도 코퍼레이션 한국 지사를 찾아간 미자(안서현)가 온 몸을 날려 유리문을 박살내버린다.

3. 달리기

봉준호 감독의 인물들은 항상 달린다. <플란다스의 개>에선 현남과 윤주가 아파트에서 추격전을 벌이며 달리고, 영화 막바지에 윤주의 비밀이 드러나는 중요한 장면에서도 달린다. <살인의 추억>에선 형사들이 범인을 잡기 위해 항상 달린다. <괴물>에서 시민들은 괴물을 피해 달리고, 반대로 강두의 가족은 현서를 찾기 위해 괴물을 쫓아 달리고 또 달린다. 단편 <흔들리는 도쿄>(2008)에선 10년 만에 집을 나선 남자 주인공이 감격에 젖은 달리기를 한다. <마더>에서 엄마(김혜자)가 아들 도준(원빈)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단서를 찾아 달린다. <설국열차>에선 꼬리칸 사람들과 그들의 리더인 커티스가 머리칸을 향해 달리고, <옥자>에선 미자가 옥자를 찾기 위해 강원도 산골부터 뉴욕 맨해튼 한복판까지 달린다.

4. 좁고 긴 통로

좁고 긴 통로 역시 매 영화마다 등장한다. <플란다스의 개>에선 아파트의 복도, <살인의 추억>에선 유력한 살인용의자(박해일)와 박두만, 서태윤이 기차 터널 앞에서 몸싸움을 벌인다. <흔들리는 도쿄>에선 히키코모리 남자(카다와 테루유키)의 집 복도, <마더>에선 여고생 아정(문희라)이 걷는 골목길, <괴물>에선 현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강두의 가족이 거니는 교각과 하수구 내부가 굉장히 좁고 길다. <설국열차>에서는 설국 열차 전체가, <옥자>에선 터널과 회현 상가가 등장한다.

5. 은폐된 지하공간

온갖 괴물이 득실거리고 외부엔 알려져선 안되는 진실이 숨겨져 있는 은폐된 지하공간은 봉준호 감독 영화의 단골 손님이다. <플란다스의 개>에선 아파트 지하실이 등장한다. 변 경비(변희봉)에겐 도시 괴담 속 은밀한 장소이며, 부랑자 최 씨(김뢰하)에겐  숨어 사는 집이기도 하다. <살인의 추억>에선 범인을 취조하는 지하 취조실이, <괴물>에선 하수도가 등장한다. 하수도엔 괴물에게 잡혀온 현서와 함께 괴물의 먹이로 희생된 시신들이 쌓여있다. 마치 괴물의 은밀한 아지트 같기도 하다.  <설국열차>에선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는 엔진실 아래칸, <옥자>에선 치명적 거짓이 깃들어 있는 미란도 비밀 연구소가 등장한다.

6. 갈대밭

봉준호 감독 영화에서 갈대밭은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비밀의 공간이다. <살인의 추억>에선 세 번째 희생자가 있는 장소로, <괴물>에선 강두가 실험을 당하는 격리 시설이 있는 장도. 이곳에서 강두는 “노 바이러스”의 비밀을 알아낸다. <마더>에선 모든 것을 잊고 싶은 엄마가 망각의 춤을 추는 비밀의 공간 중 하나다.

7. 소녀 캐릭터

봉준호 감독의 영화엔 항상 소녀 캐릭터가 있다. <살인의 추억>에선 연쇄살인범에게 소리없이 끌려가는 피해자 소녀, <괴물>에선 끝내 지킬 수 없었던 현서, <마더>에선 살해당하는 여고생 아정이다. 피해자로서 매번 죽임을 당했던 소녀 캐릭터가 <설국열차>에선 180도 바뀐다.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로 등장하는 요나는 생존자이자 인류의 희망으로 등장하며, <옥자>에선 옥자를 구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자의 모습이 마치 슈퍼히어로처럼 강력해졌다.

8. 사회의 아웃사이더

사회적 약자이자 배척받는 존재인 ‘아웃사이더’는 영화 속 키를 쥐고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플란다스의 개>에선 부랑자 최씨가 아파트 주민들에겐 보이지 않는 존재로 등장하지만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인물이다. <살인의 추억>에선 살인 용의자로 몰린 백광호가 연쇄 살인범의 범죄 현장을 지켜 본 유일한 목격자다. <괴물>에선 노숙자가 괴물을 처단하는 가장 큰 역할을 한다. <흔들리는 도쿄>에선 온 도쿄가 전부 히키코모리 상태에 빠져있지만 세상을 깨고 나온 남자 주인공이, <마더>에선 어수룩한 청년 윤도준(원빈)이 던진 돌이 큰 파장을 일으킨다. <설국열차>에는 자본주의 시대, 소시민들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는 꼬리칸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며 영화가 시작한다.

9. 1980년대 시위풍경

<살인의 추억>에선 1980년대 시위 진압 풍경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이후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선 1980년대 시위 현장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괴물>에선 남일이 화염병을 만들어 괴물을 공격하고, <설국열차>에선 꼬리칸 사람들이 어둠을 밝히고 엔진칸으로 전진하기 위해 횃불을 들고 싸운다. <옥자>에선 1980년대 시위 진압 부대로 악명 높았던 ‘백골단’을 연상시키는 블랙초크가 ALF 단원들을 과잉 진압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10. 먹방

봉준호 감독 영화에 먹방이 빠지면 섭하다. <살인의 추억>에선 암울한 취조실과 대비되는 ‘짜장면 먹방’이 아이러니하게도 군침돌게 만든다. <괴물>에선 현서를 찾아 한강을 헤매던 강두 가족이 매점으로 돌아와 컵라면으로 간단한 끼니를 해결하는 장면, 영화 엔딩의 따뜻한 밥상 신이 나온다. <마더>에선 엄마의 과도한 사랑이 듬뿍 담긴 백숙, <설국열차>에선 봉준호 감독이 숨겨놓은, 정체를 알면 식겁할 수 밖에 없는 음식의 정치학 ‘단백질 스틱’이 등장한다.

11. 정면을 바라보는 엔딩 장면

봉준호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을 ‘정면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갈무리한다. <플란다스의 개>에선 현남이 카메라에 플래시를 비추는 장면으로, <살인의 추억>에선 마치 영화를 보고 있을 지도 모르는 범인을 찾는 듯한 박두만의 얼굴로 끝난다. <흔들리는 도쿄>에선 피자 배달부로 등장하는 아오이 유우의 흔들림 없는 정면 얼굴, <설국열차>에선 인류의 다음 세상을 예고하듯 정면을 바라보는 북극곰으로 마지막 화면을 채웠다.

글·구성·편집 이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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