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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그 ‘님’ 찾기(42) 조우진 | 마지막 퍼즐

악역은 물론 코미디 연기에도 일가견이 있는 배우 김성균을 필두로 베테랑 배우 김종수, 임현성, 모델 출신 배우 배정남까지 각기 다른 배우들의 개성이 영화에 푸근하고 정감 넘치는 정서를 보탠다.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부산 기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보안관>은 이국적인 제목과는 상반된 향토색 짙은 수사극이자 코미디다. 비릿한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이 영화는 일견 성인 동화에 가깝기도 하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낙향한 소시민 영웅과 세련된 외지인 악당의 대결 구도는 복잡다단한 장르물과 달리 명쾌한 쾌감을 전해준다. 그리고 이 대결의 곁에는 기장이라는 공간의 토박이들인 성인 남자들이 연기 앙상블의 배수진을 친다.

악역은 물론 코미디 연기에도 일가견이 있는 배우 김성균을 필두로 <풍산개>(2011), <아수라>와 <연애담>(2016)을 넘나드는 베테랑 배우 김종수, <롤러코스터>(2013)와 <군도: 민란의 시대>(2014)를 통해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인 임현성, 그리고 모델 출신 배우로 <보안관>을 통해 놀라운 변신을 선보인 배정남까지 각기 다른 개성의 배우들은 이 성인동화에 푸근하고 정감 넘치는 정서를 보탠다.

<보안관>에서 조우진이 연기한 산철은 어촌 마을의 우악스러운 아재들과는 달리 희멀건 얼굴에 길고 마른 몸, 트레이드마크처럼 비죽 내민 입술까지 뭔가 얄미운 느낌을 주는 인물이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특별할 것 없는 아재들 중에서 어디서 본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배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을의 여론을 몰아가는 박쥐같은 양다리 캐릭터 선철 역을 맡은 배우 조우진이다. 어촌 마을의 우악스러운 아재들과는 달리 희멀건 얼굴에 길고 마른 몸, 트레이드마크처럼 비죽 내민 입술까지 뭔가 얄미운 느낌을 주는 선철은 질투도 많고 겁도 많은 소시민이다. 일직선으로 달리는 영화 <보안관>에 캐릭터와 연기로 인상적인 브레이크를 거는 조우진은 <내부자들>(2015)의 조상무와 드라마 <도깨비>(2016,tvN)의 김비서를 연기했던 바로 그 배우다.

어떤 배우와도 닮지 않은 개성적인 연기로 수많은 작품들에서 빛을 발했던 그지만 캐릭터와 작품 속에 숨어들기를 주저하지 않는 그를 첫인상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캐릭터에 밀착하는 조우진은 평범한 외모를 비범한 도구로 쓰는 배우다. 조우진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내부자들>의 조상무와 <도깨비>의 김비서, <보안관>의 선철이 주는 간극은 놀라울 정도다.

<내부자들>에서 조상무르 연기한 조우진은 잘 갈아놓은 칼로 얼음을 조각하듯 스크린을 긴장시켰다.  사진 쇼박스

배우 조우진은 외모는 물론이고 표정과 목소리의 세심한 조율로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인다. 불과 얼음의 영화였던 <내부자들>의 조상무는 잘 갈아놓은 칼로 얼음을 조각하듯 스크린을 긴장시켰다. 저체온증 같은 사투리로 신체상해를 지시하다 본인이 직접 손을 내밀던 <내부자들>의 그 장면은 도무지 잊을 수가 없다. 기업체에서 근무 중인 회사원을 데려다 놓은 듯 사실적인 캐스팅의 배우가 스크린을 피로 물들이던 비현실적인 장면의 충격은, 얼얼했다.

이후 조우진은 같은 수트 차림이어도 전혀 다른 <도깨비>의 김비서로 돌아왔다. <내부자들>에서 닿기만 해도 손이 베일듯한 얼음 같던 남자는 아이스크림 같은 미소를 날리고 있었다. 어색할 틈도 없이 이 배우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눈이 갔다. 그리고 <보안관>에서 조우진은 전작들의 자신을 슬쩍 지우면서 작품의 마지막 퍼즐로 오차 없이 맞춰진다. 영화가 끝날 때 까지 기시감 없이 캐릭터로 스며들어 작품을 완성하는 배우의 협연을 보는 일은 오케스트라의 그것처럼 짜릿하고 감동적이다.

글 진명현(독립영화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영화의 순간을 채색하는 천변만화의 파레트, 배우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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