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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입니다> 블랙리스트 시대 끝낼 신호탄 되다

4년 전만 해도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못 했다. 투자는커녕 제목마저 입에 올리기 어려워 <N프로젝트>라고 불렀다. 이런 씁쓸한 과거를 뒤로하고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가 5월 25일(목) 개봉한다. <노무현입니다>의 이창재 감독과 영화 개봉을 위해 애쓴 관계자들의 바람은 시기를 타고 흥행 광풍을 일으키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아니다. ‘대통령’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마음껏 추억하고, 그가 뿌리고 간 씨앗이 생생히 싹 틔우길 기다리는 바람이다.

# 블랙리스트의 시대, 제작 중단했던 <노무현입니다

이창재 감독이 연출한 109분 러닝타임의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는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거둔 역전의 드라마를 따라간다. 당시 새천년민주당이 국내 처음으로 국민경선제를 도입하면서 지지율 꼴찌가 맨땅에 헤딩하는 격으로 이인제, 한화갑 등의 후보와 경쟁했던 파란만장한 과정이다. 제주, 울산, 광주, 강원, 인천 등 여러 지역을 거치며 1위로 올라선 드라마의 주인공, ‘사람’ 노무현이 그 주변인들의 진솔한 인터뷰로 되살아난다.

<노무현입니다>의 기획안이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4년 전이지만, 이창재 감독은 선뜻 제작을 시작할 수 없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돌고, 대형배급사까지 정권의 직격탄을 맞는 시대에 ‘노무현’이라는 콘텐츠의 투자, 흥행 가능성이 높을 리 만무했다. 극장들 역시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결과값이 말 그대로 ‘제로’였다는 이창재 감독은 결국 제작을 중단했다. “안 만들면 안 만들지, 작게 만들어서 우리끼리 보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가장 사랑받은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추고 싶었다.”

하지만 2016년 총선에서 야당이 다수당으로 오르면서 드디어 이창재 감독은 <노무현입니다>를 제대로 만들 수 있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유시민 작가, 안희정 충남지사, 노사모 회원들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많은 측근이 흔쾌히 인터뷰에 참여했다. 200시간이 넘는 인터뷰 분량을 달랑 6명의 소규모 스태프가 사력을 다해 편집했다.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온라인 무료 유포되는데 그칠 뻔했던 <노무현입니다>는 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에 이어 CGV아트하우스 배급으로 결국 극장 개봉한다. 변화를 요구하는 사회적 열망과 잘 만든 콘텐츠의 힘이 어우러진 반전의 결과다.

<노무현입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에서 당선되기 전까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지지율이 가장 낮았던 꼴찌 후보가 1등으로 올라서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사진 CGV아트하우스

# ‘사람 노무현’이라는 다이내믹한 콘텐츠 

영화의 홍보를 맡은 조계영 실장은 <노무현입니다>와 다른 다큐멘터리의 차별점으로 ‘대중성’을 꼽았다.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사람 노무현’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라 확실히 대중성이 있다. 그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경선 과정의 다이나믹한 지점들이 좋을 것이고, 노무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일지라도 충분히 영화 자체로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영화가 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관객 반응 역시 호의적이라는 평가다. 조계영 실장은 “관객 반응이 워낙 좋아서 CGV 아트하우스가 배급을 맡아주기로 결정됐다. 극장 쪽에서도 이 영화가 파급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예상보다 관을 크게 열어줄 것 같다. 최근 사이에 급박하게 결정된 일들이다”라며 뒤바뀐 판세에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이창재 감독은 배급사와 첫 미팅을 회상했다. “가편집본만 가지고 작은 강의실에서 프로젝터로 쏘면서 보여줬던 게 첫 시사였다. 투자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설문지를 나눠주면서 객관적인 평가를 해달라고 했는데, 뜻밖에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편집을 다시 할 것도 없이 그냥 이대로 가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더라. 노무현과 상관없이 영화적 파급력이 크다는 반응이었다.”

<노무현입니다>의 순 제작비는 3억 원, P&A 비용 3억 원으로 총제작비는 6억 원. 손익분기점은 관객 20만 명이다. 조계영 실장은 “분위기가 좋은 것 같아도 결과는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창재 감독은 <노무현입니다>를 가장 가장 ‘노무현스러운 영화’라고 소개했다. ⓒ맥스무비 김현지 (에이전시 테오)

# 이창재 감독 “가슴 찡한 대선 결과, 하늘에서도 덜 미안할 듯”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대통령이 둘씩 나오는 게 말이 되나?”(웃음) 전화기 너머 이창재 감독은 19대 대선 결과를 반기듯 웃었다. 5월 9일(화) 출구 조사가 나오던 시간 <노무현입니다>의 색 보정 작업을 하고 있었던 그는 늦은 밤 ‘당선 확정’이 뜨고 나서야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털어놨다. 18대 대선에선 출구 조사 결과가 뒤집힌 까닭이다.

“마침 유시민 작가가 앞으로 다가올 다음 파도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을 편집하고 있었다. 그분이 예언가도 아닌 데 괜히 짜릿하기도 하고, 찡하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당신(노무현)이 고통스러워했는데, 각자의 자리에서 당신의 가치를 멋지게 실현해내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으니 하늘에서도 덜 미안해할 것 같다.”

이창재 감독은 ‘흥행, 대박’ 이런 단어들은 사실 자신과 거리가 멀다는 고백이다. “흥행해본 적이 없어서 그게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발생하는지도 나는 모르겠다. 바람 같아서는 극장 관객이 10만 명은 됐으면 좋겠지만, 그저 여기에 참여했던 분들이 고개를 들 수 있는 정도만 나오면 나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그 이상은 어차피 내 몫이 아니다.”

일단 그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던 건 배급사와 출연자들의 반응 덕분이다. 특히 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영화를 보러 불쑥 찾아온 출연자들 때문에 잔뜩 겁을 먹었다고. “제대로 완성된 게 아니라서 나중에 보여드리려고 일부러 안 불렀는데, 그분들이 알아서 찾아왔다. 다큐멘터리는 출연자들을 만족시키기가 굉장히 어려운데, 걱정과 달리 이분들이 프롤로그에서부터 울더라. 특히 명계남 선생님이 잘 만들었다고, 실망시키지 않았다고 해줘서 한숨 놨다. 그 어떤 비평가들의 칭찬보다도 좋았고, 가장 큰 위안이 됐다.”

끝으로 이창재 감독은 <노무현입니다>를 가장 ‘노무현다운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 영화를 만들 때 목표는 최선을 다해서 당신에게도, 출연자들에게도 누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노무현 방식’이어야 했다. 쉽게 설명하고, 가슴으로 바로 박히는 스타일. 그래서 관념적인 부분들, 스타일에 대한 집착을 많이 버리고 가장 간단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고자 했다. 아이가 봐도, 어른이 봐도 마음에 확 다가오는 것이 있도록 하는 것, 그게 노무현의 방식이자 가장  ‘노무현다운 영화’가 아니겠나.”

글 차지수

+ 18회 전주국제영화제 | <노무현입니다> 이창재 감독 “이놈이나 저놈이나 오십보백보? 둘은 다르다”

+ 18회 전주국제영화제 | 리뷰 <노무현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대통령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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