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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라이징 스타 | 정가람 “동물적인 감각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정지우 감독의 <4등>에서 수영 소년 광수를 연기한 정가람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 <시인의 사랑>에서 시인과 감정을 나누는 섬 소년 세윤을 연기했다.  ⓒ맥스무비 공주은(에이전시 테오)

어떤 캐릭터를 만나든 동물적인 감각으로 연기해내는 것. 지금 배우 정가람이 가장 바라는 일이다.

화면보다 실물이 훨씬 앳된데요?

그 얘기 많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점점 제 나이를 찾고 있는 중인가 봐요. 갓 스물 됐을 때는 스물다섯은 돼 보인다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웃음)

올해 초 영화 <시인의 사랑> 촬영차 제주도에 있었죠?

네. 지난해 연말에 촬영을 시작해서 올해 1월 말까지 있었어요. 서귀포시를 중심으로 곳곳을 다니며 찍었죠.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해서 갑자기 촬영을 접어야 하는 날들도 좀 있었습니다.

도넛 가게에서 일하는 해사한 용모의 소년역할이라고 들었어요. 잘 어울리는데요?

세윤이라는 이름이 있긴 한데 시나리오에도 그냥 ‘소년’으로 나와있어요. 아픈 아버지 때문에 가족 간 사이가 서먹해졌고, 그러다 보니 늘 부정적인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에요. ‘난 여기에서 평생 아버지 병수발이나 하며 살아가겠지’라고 생각하죠. 누군가 도와주려 하면 고마워하는 게 아니라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요. 그러다 우연히 시인(양익준)을 만나는데, 그가 뜻밖에도 소년에게 시(詩)적 영감을 얻기 시작합니다. 그리곤 둘 사이에 여러 감정들이 오가죠.

언뜻 들어도 소년은 감정선이 꽤 복잡한 인물일 것 같아요.

물론 연기하기에는 쉽지 않았지만 전 소년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시인과 주고받는 감정들도 좋았고, 섬에 갇혀있듯 살아가는 마음을 알 것 같았거든요. 저도 밀양에 있을 때 그곳을 벗어나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은 욕심이 늘 있었습니다.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는 소년의 마음이 저에게 좀 더 명확하게 다가왔죠. 소년이 이런 곳에서 살았구나, 이런 곳을 걸었구나, 이런 마음이겠구나 하는 것을 계속 최면을 걸 듯 생각했거든요.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건, 그 인물이 되어 느끼는 일 같습니다.

인물을 이해하는 데에는 감수성과 공감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가람은 평소 감수성과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인가요?

솔직히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를 시작할 때 걱정이 많았습니다. 대신 저는 ‘소년이 되어야지, 소년을 이해해야지’가 아니라 처음부터 ‘내가 소년이니까’라고 생각해요. 아예 그 사람처럼 보여야 하니까요. 연기를 기술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면서 제 방식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시인의 사랑> 찍으면서는 양익준 선배님께도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둘이 함께 나오는 장면이 많거든요. 같이 작업하면서 존경하게 됐습니다.

어떤 점을요?

형식적인 틀에 갇히지 않고, 순간순간 정말로 그 캐릭터가 되어 느끼고 연기하는 게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치밀하게 계산하는 게 아니라 동물적인 감각으로 연기하는 사람 같아요.

두 번째 영화 작업을 마친 지금, 첫 영화 <4>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저에게는 ‘인생작’입니다. 제가 지금 누리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연결해준 작품이에요. 연기를 계속해도 되겠다는 엄청난 용기를 줬고요. ‘어쩌면 나도 경쟁력 있는 사람이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해줬습니다.

당시는 배우로서의 경쟁력을 고민하던 시기인가요?

네. 엄청나게요. 참여하는 오디션마다 줄줄이 떨어지던 무렵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고민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때는 진짜 심각하게 ‘내가 연기로 먹고 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죠. 그러다 처음으로 영화 오디션에 합격한 게 <4등>이었습니다. 그 영화가 아니었으면 지금 이 자리도 없을 테고 <시인의 사랑>도 없을 거예요.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고 어땠어요?

얼떨떨했어요. 심지어 거짓말인 줄 알았습니다. 촬영 전 고사를 지내던 날 정지우 감독님에게 ‘왜 제가 뽑혔는지 모르겠다’고 고백할 정도로요. 감독님은 제가 역할에 제일 잘 어울렸고,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여서 뽑은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기죽어있지 말고 마음대로 해보라고요. 그 믿음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에 또 두려움을 한가득 안고 있었는데, 첫 촬영 끝나고 마음이 좀 괜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오케이 컷이 나오기에 ‘왜지? 내가 잘해서인가? 그럼 앞으로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긍정적이군요.

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언제나 스스로를 격려하려고 해요.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될 일도 안 되더라고요. 그래도 실력은 아직 부족하니까, 감독님과 주변 사람들이 조언해주시는 걸 귀담아들었다가 그걸 나침반 삼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글 이은선(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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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정가람의 인터뷰 전문은 <맥스무비 매거진> 40호 ‘2017 라이징 스타 11’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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