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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라이징 스타 11 | 100%의 소년 정가람

ⓒ맥스무비 공주은(에이전시 테오)


100%
의 소년

정가람에 대한 첫 기억은 영화 <4등>의 흑백 화면이다. 박력 있게 휘장을 걷으며 포장마차에 들어선 뒤 맥주잔에 소주를 따라 벌컥대는 소년의 얼굴. 반듯한 이목구비 안에는 인생에서 한 번도 쓴맛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 특유의 여유와 자신감이 들어차 있었다. 천재 수영 선수인 광수라는 인물을 그렇게 만났다.

영화의 흐름상, 잠시 뒤 광수는 실력만 믿고 방탕하게 굴다가 몰락한 국가대표라는 오명을 쓸 터였다. 하지만 정가람은 추락하기 직전의 천재인 ‘어린 광수’만 연기한 뒤 극에서 퇴장했다. 덕분에 실패의 그림자와 반성의 기운 따위는 하나도 없는 그의 자신만만한 얼굴만이 스크린에 새겨졌다.

정가람의 연기에는 시선을 붙들어 집중케 하는 힘이 있었다.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는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놀랍게도 배우의 첫 영화라고 했다. 최근 몇 년간 그토록 배짱 좋게 극의 공기를 홀로 쥐락펴락한 신인 배우가 있었는지를 생각해봤다.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인상적 등장이었다.

생각해 보면 평범한 소년의 얼굴 역시 정가람의 것이었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그가 연기한 민재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배경을 지우면 어디에나 있을 법한 ‘주인공 친구’였다. 또한 웹드라마 <빙구>에서는 가족을 건사하는 누나를 따뜻하게 위로하던 속 깊은 남동생이었다. 역할마다 온도와 색채를 바꾸어 자신을 드러내고 또 어떤 때는 배경으로 은은하게 기능하는 정가람은 지금, 세상 모든 소년의 얼굴을 차곡차곡 대변하고 있는 것만 같다.

정가람은 신작 <시인의 사랑>을 통해 시인에게 영감을 선사하는 소년이 되어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때로는 불온한 얼굴, 때로는 평범한 얼굴, 또 다른 어떤 순간에는 누군가의 감정을 한없이 자극하는 얼굴을 한 소년이 우리에게로 온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잊기 힘든 눈빛을 지닌, 100%의 정가람을 만날 시간이다.

이은선(영화 저널리스트)

☆ ‘2017 라이징 스타 11’은 관객 설문 60%와 영화 전문가 투표 40%를 합산해 미래의 영화계를 빛낼 11인의 ‘영화로운 대세’를 선정했습니다. <맥스무비 매거진> 40호에서 배우 정가람에 관한 풍성한 기획과 인터뷰 등을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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