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

감독萬世 | <투 러버스 앤 베어> 킴 누옌 감독 “사랑은 손을 뻗는 것”

제목 그대로 두 명의 연인과 곰을 만날 수 있는 영화 <투 러버스 앤 베어>(3월 30일 개봉).  주연배우 데인 드한을 보러 극장에 갔던 관객도 현실과 비현실, 멜로와 스릴러를 넘나드는 독특한 로맨스에 빠져 든다.  연출을 맡은 킴 누옌 감독에게 북극에서 영화 찍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물었다. 알고 보니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마니아였다.

<투 러버스 앤 베어>는 킴 누옌 감독의 여섯 번째 장편 영화다.  킴 누옌 감독은 <르벨>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실력파 감독이다. 사진 TOPIC/ Splash News

<투 러버스 앤 베어>의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원작은 카눅이라는 아웃도어 의류회사 설립자 루이스 그르니에가 쓴 단편 소설입니다. 북극 여행 경험이 많은 작가인데, 그의 이야기를 읽고 강력한 러브스토리에 사로잡혔습니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결말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즉시 영화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로맨스 영화의 배경이 북극이라는 점이 이색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로맨스의 긴장감과 드라마틱한 혼란을 돋보이게 만들어줄 극한 환경을 원했습니다. 북극의 추위는 영화 속 제3의 인물과도 같습니다. 북극은 인물들의 내면을 드러내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영화 제목이 주인공 남녀와 곰을 뜻하는 투 러버스 앤 베어로 정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목의 아이러니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곰이 영화에 내내 등장하진 않지만 북극이 주는 비현실적인 느낌이 제목에서 살아난다고 생각했습니다.

킴 누옌 감독은 타티아나 마슬라니와 데인 드한과 처음으로 작업했다. 추위 때문에 촬영은 빠른 기간 안에 이뤄졌다.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주인공 로만은 할리우드 스타 데인 드한이 연기했습니다. 그와 처음 작업한 소감은 어땠습니까?

데인 드한과 작업은 환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연기에 헌신적인 배우입니다. 순간에 몰입하고 직감을 따르는 연기를 추구합니다. 데인 드한을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2013)에서 처음 봤을 당시에는 즉흥성 때문에 연기 경험이 전무한 배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훈련된 배우라는 걸 알고는 깜짝 놀랐고, 바로 그와 함께 작업하고 싶었습니다.

루시를 연기한 타티아나 마슬라니 역시 드라마 <오펀 블랙>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입니다. 캐스팅 과정이 궁금합니다.

타티아나를 잘 알지는 못했지만 드라마 <오펀 블랙>에서 간간이 보던 배우였습니다. 스크린 테스트를 통해 루시를 연기할 적임자라는 걸 알았죠. 우리가 봤던 연기 중 최고였습니다.

데인 드한과 타티아나 마슬라니는 영화 40도까지 떨어지는 북극의 추위 때문에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촬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추위에 대처하는 것과 로케이션까지 이동하는 것이 큰 과제였습니다. 추위 속에서 촬영할 때면 현장 인원들에게 피로가 쌓이기 때문에 촬영을 재빨리 끝내고 리테이크 횟수를 줄여야 하죠. 대신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너무 추워서 배우들이 연기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곰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에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곰이 등장하는 장면은 실제 촬영으로 이루어졌습니까?

실제 곰이 등장했습니다. ‘애기’는 연기 경력 16년의 스무 살 먹은 곰입니다. 2주에 걸쳐 몬트리올에서 티민스까지 트레일러로 데려와야 했는데 그것만으로도 큰 과제였습니다. 북극까지 데려오려면 곰 우리를 따로 주문 제작해야 했기 때문에 그럴 순 없었지만요. 포스트 프로덕션 작업에서 효과를 입혔기 때문에 실제 곰이 출연하지만 나중에 특수효과로 지워진 부분도 많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곰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떠한 영감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해변의 카프카>에는 거대한 고양이처럼 그리스 비극을 연상케 하는 반신(半神)이 등장하는데, 흥미로운 주제라 영화에 반영하고 싶었습니다. 말하는 곰은 그렇게 등장하게 됐습니다. 암스테르담에서 여러 영화제에 참석하는 와중에 하루키를 읽으며 얻은 아이디어입니다.

엔딩 타이틀에 올라가고 <해변의 카프카> 23장의 문구가 나옵니다. ‘시간의 규칙이 의미를 잃고 있음을 깨닫는다. 거기에서는 시간이란 마음먹기에 따라 늘어나거나 멈추어지기도 한다는 문장을 마지막에 넣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루키의 작품에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가 현실과 비현실, 대중문화를 뒤섞는 방식을 깊이 존경합니다. 북극 한가운데서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저 문장에 공감하기 쉽고, 그런 차원에서 강력한 문구라고 생각했습니다. 원래는 영화 맨 앞쪽에 띄우려고 했지만 관람에 방해를 줄 것이라고 판단해 마지막에 넣었습니다.

곰을 로만의 환영에 그치지 않고, 실재하는 존재로 표현하셨습니다.

곰을 모호하게 그리고 싶었습니다. 영화 <샤이닝>(1980)을 보면 상상 속 바 장면에서 바텐더가 모호하게 표현됩니다. 바텐더가 유령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주인공에게 진짜 술을 따라주고 주인공은 그걸 실제로 마시죠. <샤이닝>에서 일어난 일들은 전부 현실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에 그런 현실과 비현실의 균형이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데인 드한이 연기한 로한은 잭 화이트와 질 스콧 헤론을 좋아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킴 누옌 감독의 음악 취향이 반영되었다.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로만이 좋아하는 가수로 잭 화이트와 질 스콧 헤론이 언급됩니다. 킴 누옌 감독이 평소에 좋아하는 뮤지션들인가요?

그렇습니다. 잭 화이트와 질 스콧 헤론은 제가 존경하는 뮤지션입니다. 특히 헤론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앨범 <I’m New Here>를 좋아합니다. 거의 20년의 공백을 넘어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로만이 눈구덩이에서 빠져 나왔을 때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Seven Nation Army’가 흘러나옵니다.

좋은 곡인만큼 어떻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죠. 무엇보다 그 안에 담긴 자유, 새로운 것으로의 전환에 대한 감정이 멋지다고 생각했고, 또 역사상 가장 좋은 곡 중 하나입니다.

로만과 루시가 머무르는 군사시설 장면부터는 스릴러적인 느낌이 강해집니다. 의도한 연출로 느껴집니다.

그렇습니다. 군사기지에서 스릴러 요소를 살리고 싶었습니다. 해당 장면에서 <샤이닝>을 오마주하고 장르를 전환하고 싶었는데 공포, 스릴러 장르에 오마주를 보낼 수 있어 기뻤습니다.

북극의 연인은 추위와 사투를 벌이며 자신들의 사랑을 끝까지 지키고자 한다.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투 러버스 앤 베어>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함께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킴 누옌 감독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입니까?

몇 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보자면, 사랑은 선물인 동시에 손을 뻗어 얻어야 하는 것임을 기억하는 것이 사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아무 일 없이 찾아와 기쁨 속에 영원히 지속되지 않습니다. 사랑은 행동이자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위해서는 행동하고 손을 뻗어야 하죠. 그러지 않는다면 절대 기대처럼 되지 않을 겁니다. 사랑에 빠지는 일, 사랑하는 일은 행동입니다.

한국 관객들이 <투 러버스 앤 베어>를 어떻게 보기를 바라시나요?

다양한 장르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영화로 받아들여진다면 행복할 겁니다. 이 영화는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갈등에 빠지고 나아갈 방향을 찾는 여정이죠. 우리 인간이 사랑과 동경의 대상을 찾아가는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캐나다 감독 킨 누옌은 장르에 상관 없이 시의성 있는 주제에 관심을 갖는다. 차기작은 21세기 인간 관계를 탐구하는 <아이 온 줄리엣>이다.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킴 누옌 감독의 작품을 보면 <트뤼포>는 코미디, <시티 오브 섀도우>는 역사 드라마, <르벨>은 전쟁 드라마, <시티 오브 섀도우>는 다큐멘터리, <투 러버스 앤 베어>는 멜로입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딱히 그걸 목표로 삼진 않습니다. 새로운 영화를 찍을 때마다 새롭게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역시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래도 만드는 작품끼리 연관성을 주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2017년 촬영에 들어갈 영화 <Earthlings from a Zoo>도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킴 누옌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혹은 관심을 끄는 주제는 무엇입니까?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게 무엇이 됐든 목적성이 있고 오늘날 세상에 시의성이 있는 주제를 찾는 것 같습니다. 전 캐나다인으로서 특권을 누리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 그리고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국경에 상관없이 선택할 자유가 있기 때문이죠. 제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엔 어떤 작품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제목은 <아이 온 줄리엣 Eye on Juliet>입니다. 디트로이트에서 드론 조종사 고든이 북아프리카의 송유관을 감시하는 거미 형태의 로봇을 다루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죠. 고든은 여자 친구와 안 좋게 헤어지고 사랑이 실패한 이유를 알아내고자 하는 와중에 사막에서 밀회를 갖는 연인을 발견하고 송유관을 감시하는 대신 로봇을 통해 둘을 훔쳐봅니다. 21세기 인간관계를 탐구하는 영화입니다.

글 정유미

감독만세(萬世)는 맥스무비의 감독 전문 인터뷰 코너입니다. 감독의 만 가지 세상, 만 명의 감독을 만날 때까지 이어집니다.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