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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그 ‘님’ 찾기(40) 조수향 | 숨지 않는다

신인 배우의 등용문으로 장수하고 있는 드라마 <학교> 시리즈. 최근작인 <후아유-학교 2015>(이하 <후아유>) 역시 김소현과 남주혁, 육성재 등 활발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는 배우들을 발굴한 드라마다. 이전 시리즈들과는 다르게 미스터리 구조를 극에 적극적으로 차용했던 <후아유>에서 또 한 명의 신인 배우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후아유-학교 2015>에서 배우 조수향은 학교 폭력의 가해자인 강소영 역할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후아유-학교 2015> 사진캡쳐

바로 비정할 정도로 집요했던 악역 강소영 역할을 연기한 배우 조수향이다. 위에 언급한 세 명의 주연 배우들 이상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배우 조수향은 학교 폭력의 가해자인 강소영 역할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 일등공신으로 평가받았다.

서늘하리만치 담담한 표정에서 이목구비의 한 지점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강소영은 그간 다양한 영화에서 내공을 쌓아온 배우 조수향의 탄탄한 연기력 덕에 탄생한 캐릭터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수향은 가출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들꽃>으로 2014년 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다.  사진 인디플러그

조수향은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매는 아이들의 삶을 동행하듯 담아낸 영화 <들꽃>으로 2014년 19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다. 그가 연기한 성마르고 날카로운 가지 같은 수향은 관객의 마음을 할퀴었다.

핸드헬드의 거친 호흡 안에 겨울 거리에 내몰린 아이들의 외상과 내상을 고스란히 기록한 <들꽃>에서 수향은 생존을 위해 바튼 숨을 내뱉던 캐릭터였다. 살아남기 위해, 더는 버려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던 열일곱 수향의 매서운 눈과 거침없는 거짓은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게 했다.

그리고 올해 영화 <눈길>에서 조수향은 또 한 번 처절한 10대 장은수 역할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과거, 지옥 같은 삶을 견뎌야 했던 노년의 종분(김영옥)이 사는 다세대주택에 세 들어 사는 여고생 장은수. 월세도 내지 못해 종분의 전기를 몰래 끌어다 쓰는 은수는 거리의 아이들을 그 집에 재워주고 생계를 이어가는 아이다. 세상의 온도가 얼음장 같아 마음 깊은 곳까지 모두 걸어 잠근 은수는 종분의 따뜻한 친절 앞에서도 녹을 마음이 남아있지 않은 아이다.

치켜뜬 눈으로 그저 세상을 노려보던 이 소녀에게 종분은 어른의 훈계가 아닌 연대의 손길을 건넨다. 녹지 않을 것 같던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어깨를 내어주던 <눈길>의 장면들은 이 사려 깊은 드라마에 여성의 연대기라는 단단한 이음새를 만들어냈다. <눈길>에서도 어느덧 배우 조수향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버린 반항적인 10대의 이미지는 견고하다. 응축된 감정을 내지르는 조수향의 힘 있는 연기는 여전히 극에 선명한 파열음을 불러일으킨다.

다만 영화 <사돈의 팔촌>(2016), 드라마 <귀신은 뭐하나>(KBS,2015)와 <생동성 연애>(MBC)에서 보여준 조수향의 캐릭터들은 그녀를 반항적인 10대 캐릭터에만 한정짓기 아쉬울 정도로 배우 스스로의 개성이 훨씬 너른 폭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느끼게 했다. 섣부른 걱정이겠지만 숨어있는 캐릭터의 시간들을 숨지 않고 드러내는 이 배우가 좀 더 다양한 쓰임을 통해 관객과 만나길 기대해본다.

글 진명현(독립영화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영화의 순간을 채색하는 천변만화의 파레트, 배우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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