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

맥스리뷰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아날로그적 가치를 추구하는 모험기


회사의 구조조정이나 야생의 삶으로 향하는 소재만 보면, <인 디 에어>(2009)와 <인투 더 와일드>(2007) 사이에 위치한 영화다. 정비사 카터(모건 프리먼)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를 완수한 것처럼, <라이프>지의 포토 에디터 월터(벤 스틸러)도 사진가 숀 오코넬(숀 펜)의 퀴즈 덕분에 퇴사 전에 최고의 이력서(특이사항)를 완성하는 이야기다. 우린 급속도로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에 중독되고 있지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다소 엉뚱하게 아날로그적인 상상력을 동원하라고 충고하는 영화다.

적어도 이번에는 벤 스틸러를 B급 코미디의 화신이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이미 <청춘 스케치>(1994), <케이블 가이>(1996)를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확고히 표명해 온 감독이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스필버그의 유려함이나 핀처의 장광설보다는, 투박한 뚝심가 벤 스틸러에게 어울린다. 그가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맡음으로써 무성영화 대가들의 꿈을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라진 25번째 필름을 찾기 위한 벤 스틸러의 고군분투는 기차 앞머리에서 수차례 위기를 넘기는 <제너럴>(1926)의 버스터 키튼이나 고층빌딩 외벽의 시계바늘에 매달린 <안전불감증>(1923)의 해롤드 로이드를 떠올리게 만든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벤의 모험은 아크로바틱 동작(혹은 슬랩스틱 코미디)과 맞물리며 재미를 가속화시킨다. 게다가 숀이 월터에게 가르쳐 준 지혜(결정적 순간을 포착하지 않고 조용히 바라보는 즐거움)를 관객에게 그대로 돌려준다.

엔딩을 장식하는 숀의 마지막 사진은 무척 애틋하다. 무성영화의 장인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방식과 다르지 않다. 분명 월터의 상상과 모험은 디지털 시대의 엔트로피를 역행하는 아날로그적 가치를 추구한다. 그리고 소박한 작별 인사 또한 잊지 않는다.

전종혁(영화 평론가)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Leave a Comment